[mtl Members]내일을 향해 심는 씨앗, 비거니즘 - 오은솔

mtl members, Designer 오은솔입니다. 

4년 전 비건의 삶을 선택하고, 꾸준히 이어온 디자이너 은솔님. 일터에서 동고동락하다 보니 한 사람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체감합니다.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비거니즘에 물들었거든요. 은솔님이 직접 만든 비건 요리를 나눠 먹기도 하고, 비건 간식이나 제품을 추천받아 경험하며 비거니즘은 고행이 아니라 건강하고 즐거운 삶의 방식 중 하나라는 인식이 심겼죠. 비거니즘은 무엇이고, 비건의 삶은 어떤 모양일까요? 켜켜이 쌓인 사색을 토대로, 자신에게는 분명한 태도를 갖추고 타인에게는 따스한 용기를 건네는 은솔님과의 대화를 나눕니다.


Q. 은솔님은 ‘비거니즘’에 관해 어떻게 정의하나요? 과거에는 ‘채식주의'로만 여겨지던 개념이 최근 몇 년간 빠르게 확장됐죠.
보다 무해한 삶을 추구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사람의 존재 자체가 환경에 해를 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환경에 해를 입히면 결국 다시 사람에게도 영향이 올 테고요. 동물과 환경, 인간에게 해를 덜 끼치고 싶어요.



Q. 비건은 ‘되는' 게 아니라 ‘하는' 거라고 하던데, 비건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야기가 궁금해요.
언제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책임감과 불편감을 느껴 왔어요.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주변에 영향을 미치고, 환경 전체의 흐름이 언젠가 내게도 영향을 미칠 테니까요. 잔잔하게 생각을 누적해오다가, 책 <아무튼비건>이 결정적 계기가 됐어요. 2019년도에 비거니즘에 관심이 생긴 친구가 그 책을 추천해 줬는데, 평소 고민해오던 ‘환경에 조금이라도 해를 덜 가할 수 있는 방법'이 비거니즘이라고 말해주고 있었거든요. 돼지도 강아지와 같은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고, 내가 먹지 않음으로써 생명을 착취하지 않을 수 있더라고요. 스위치가 탁 켜진 기분이었어요. 문제 해결 방법을 찾은 거죠.



Q. 언젠가 유튜브에서 잔인하게 거위털을 뽑는 영상을 보고 난 뒤로 충격이 커서, 구스다운 점퍼는 소비하지 않겠다는 기준이 생겼어요. 비거니즘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큰 변화가 두려워서 적극적으로 진실을 마주하기를 피하게 되더라고요.
‘완벽한 비거니즘’은 없다고 생각하면 좀더 쉬워지지 않을까요? 저도 육식은 하지 않지만, 비거니즘을 지향하기 이전에 구입한 구스다운 점퍼를 계속 입어요. 삶에 여전히 착취의 결과물이 닿아 있지만, 그래도 시작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해요. 더 나은 선택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자신의 행동을 선택해나가는 태도만으로도 의미가 있어요.



Q. 더 나은 선택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일상에 많은 변화가 만들어졌겠죠. 은솔님의 선택 하나하나가 만들어낸 나비효과같은 변화들이 궁금해요.
제가 비건이 된 것만으로도 주변 사람들이 비건을 받아들이는 생각의 문턱, 접근성을 낮췄다고 생각해요. 비건을 시작한 2019년 여름에는 비거니즘이라는 단어가 대중화되지 않았던 시점이거든요. 제 주변 사람들은 비거니즘이라는 개념을 더 빠르게 알게 됐고, 선입견을 갖거나 부정적으로 인식하지 않아요.
그리고 비거니즘을 시작하니 자연스럽게 제로 웨이스트에 관심이 생겼어요. 생필품 하나를 고르더라도 낭비를 줄이려는 책임감이 커졌죠. 식습관이 달라지니 자연스럽게 살도 빠졌고요. 건강에 이상이 없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검진 결과는 늘 정상이에요. 제 삶을 통해 비건이 지속가능한 방법이라는 걸 증명했다고 생각해요.



Q. 비거니즘을 실천하겠다고 처음 이야기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가족들과의 식사자리에서 이야기했어요. 동물을 생명으로 인식하게 되었고, 비거니즘은 환경 파괴를 막을 수 있는 행동이기 때문에 채식을 실천하려 한다고요. 구체적으로 설명하진 않았는데, 충분히 존중해주셨어요. 지인 분들께도 “우리 딸이 비건을 해. 고기 안 먹어.”라고 선뜻 말씀하시고요. 딱 한 가지, 건강에 문제가 없을지 걱정하셨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걱정을 내려놓으셨죠



Q. 한국에서 비건으로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접한 반응이 궁금해요.
대부분 건강이 괜찮은지 궁금해하세요. 호기심을 가지고 다가오는 사람들과는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는데, 더 이상 질문하지 않음으로써 거리를 두는 분들도 많아요. “그래도 고기는 먹고 살아야지"같이 반대되는 첨언을 덧붙이는 경우에는 대화 주제를 바꾸고요. 비거니즘을 주제로 논쟁을 만들고 싶지 않거든요. 논쟁거리가 되는 순간 받아들이기 힘들어지니까요. 상대방의 일상에서 비건이라는 키워드를 접하는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Q.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난처한 순간도 많을 텐데요. 본인만의 대처법이 있다면?
한국은 단체 생활이 중요하다 보니, ‘채식하는 개인주의자’로 각인되면 일상생활이 어려워요. 예를 들면 면접 자리에서도 “채식해요"라고만 얘기했을 때에는 면접관의 당황한 표정에서 허들을 느껴요. “채식하는데, 해산물까지는 먹고 직장생활에 문제 없어요.”라는 부가적인 설명을 해야 이해해 주시더라고요. 새로운 조직에서 처음으로 식사하는 자리가 가장 난관이에요. 아직 한국 음식점에는 비건 옵션이 많지 않으니, 주로 도시락을 챙겨 다녀요. 1박 2일 워크숍 같은 경우에는 비건 레토르트 식품을 따로 챙겨가기도 하고요.


Q. 지금이야 비건 대체식품이 다양하게 개발됐지만, 비건을 처음 시작했던 19년도에는 음식점에서 메뉴를 고르거나 식재료를 고를 때 선택 가능한 옵션이 얼마 없었겠어요.
맞아요! 그래서 비건에게는 요리할 수 있는 주방이 꼭 필요해요. 비건을 처음 시작하면 균형 잡힌 식단을 구성하기가 어렵거든요. mtl은 도시락을 싸 오는 문화가 있어서 기뻤어요. 한 가지 바라는 점은, 편의점에 비건 컵라면이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저도 요리하기 귀찮을 땐 컵라면 먹고 싶거든요.(웃음)


Q. 동료들 사이에서 비건 마라탕면을 유행시켰잖아요.(웃음) 저는 컵라면을 잘 먹지 않는데도 너무 맛있어서 여러 번 사 먹었어요. 평소 도시락을 넉넉히 만들어 와서 동료들과 나누어 먹기도 하고, 비건 간식을 소개해주시는 덕분에 다양한 식재료와 레시피를 알게 됐어요.
맛있는 걸 나눠 먹는 걸 좋아해요. ‘괜찮은 한 끼를 만들었다!’싶으면 좀 더 적극적으로 주변에 권하기도 하고요. 식물성 재료로 만든 요리, 채식도 맛있고 즐겁다고 알려주고 싶기도 해요.


Q. 은솔님의 영향력으로 주변 사람들이 변화하는 게 느껴져요. 비건 음식점을 전보다 자주 방문하거나 비건 식재료를 구입해 요리하는 등, 비거니즘이 고행이 아니라 즐거운 과정이라는 인식을 심어줬어요.
저를 좋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니 기쁘네요. 처음 비건을 시작할 때는 일종의 운동으로 시작했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알리는 데에 적극적이었는데 요즘은 ‘바뀔 사람은 바뀐다'라고 생각하고 많이 내려놓았어요. 스스로 대단한 사람이 된 것처럼 느끼지 않으려고 주의하고요.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분들 중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펼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저처럼 자신을 위한 실천을 우선으로 두고 조용히 행동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크게 목소리 내주는 분들에게 늘 고맙죠. 저도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비거니즘에 관해 목소리 내고 싶어요.


Q. 비거니즘에 관심 있는 분들이 이 글을 읽고 있을 텐데요. mtl 슬로건 ‘slice of healither life’를 응용해, 비거니즘을 향해 한 발짝 나아가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는 한 조각(slice)이 있나요?
비거니즘이야말로 한 조각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완전한 채식이 아니라도 괜찮아요. ‘하루에 한 끼는 고기를 먹지 않고 무해한 식탁을 만들겠어'같이 자기만의 규칙을 정해서 실천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작은 것이라도 자기만의 규칙을 정하고 실천하는 선택이 삶의 건강한 조각을 이룬다고 생각해요. 그 선택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이미 변화한 거니까요.


Q. 은솔님이 좋아하는 브랜드로 꼽은 ‘톤28’은 올해 지구의 날, 4시간 동안 제품 판매를 멈추는 활동을 통해 환경 보호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했죠. 실천하는 모습을 보고 긍정적인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많았어요.
톤28, 완전 팬이에요. 오랫동안 사용해 왔는데 제품력도 좋고, 패키지까지 환경에 대한 책임을 생각하는 브랜드라서 좋아해요. ‘이건 어떻게 분리배출해서 버려야 하지?’라는 걱정이 들게 하지 않거든요. 스티커 라벨 뗄 필요도 없고, 제품을 다 사용하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환경에 덜 해롭기 위해 노력했다는 게 느껴져요.


Q. 저도 은솔님 추천으로 톤28 고체비누를 사용하게 됐잖아요.(웃음) 평소 mtl효창에 자주 방문하시는데, 추천하고 싶은 제품이나 메뉴가 있나요?
우유를 귀리 음료로 대체할 수 있고, 비건 디저트 종류가 많아서 좋아요. 일반적으로 카페에 가면 비건 옵션이 있어도 한두 개인데, mtl효창은 종류가 다양해서 고르는 재미가 있거든요. 자주 방문해도 그때마다 다른 디저트를 먹을 수 있어서 좋아요.


Q. 비건은 샐러드만 먹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식을 깨 줍시다. mtl효창, 한남 근처 비건 맛집 추천해 주세요!
집에서 요리하기 어려운 중식이나 양식을 먹고 싶을 때 자주 찾는 맛집을 소개 드릴게요. 논비건 친구들과 함께 방문하기에도 좋아요. 친구들이 먼저 다시 가고 싶다고 말할 만큼 감칠맛 나는 요리를 만들어내는 곳들이에요.




[ 비건 맛집 추천 리스트 ]

• 효창공원 - 리틀 갱스터 (모든 메뉴 비건)(양식) @vegan_littlegangster
채소 맛을 살리면서도 꾸덕하고 자극적인 소스로 감칠맛을 내는 곳이에요. 계절마다 달라지는 메뉴를 맛보는 재미가 있어요.


• 용산 - 퍼멘츠 (모든 메뉴 비건)(발효음식&와인) @ferments.seoul
맛도 좋은데 공간 분위기도 좋고, 콤부차랑 주류를 곁들일 수 있어 저녁 약속으로 자주 찾게 되는 곳이에요.


• 이태원 - 카무플라쥬 (모든 메뉴 비건)(아시아음식) @camouflage_iteawon
콩으로 만든 치킨 메뉴를 맛볼 수 있는 미국식 중식 비건 식당이에요. 깐풍소스가 맛있는 쿵파오 치킨을 추천합니다.


• 이태원 - 알트에이 (모든 메뉴 비건)(아시아음식) @alt.a_official
중식 메인 요리를 대체육으로 즐길 수 있어요, 중식을 먹으면서 느꼈던 특유의 더부룩함도 없고 깔끔한 맛이에요.


• 이태원 쏭타이 (비건 옵션)(태국음식)
팟타이부터 팟카파오무쌉까지 다양한 태국 요리를 비건&논비건으로도 즐길 수 있어 약속 장소로 자주 방문하는 곳이에요.


• 이태원 플랜트 (모든 메뉴 비건)(양식&카페) @plantcafeseoul
비건 음식부터 디저트까지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곳이에요. 배부르게 맛있게 한 끼를 먹고 싶을 때 찾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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