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l Members]각자만의 호흡으로 - Photographer, 서지원

mtl member, Photographer 서지원입니다.

mtl에서 포토그래퍼이자 콘텐츠를 기획하는 지원님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얼마전 월요일, 사무실에 출근했더니 지원님이 주말에 마라톤을 뛰었다는 거예요. 지원님은 주말에 집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며 매거진을 볼 줄 알았지, 마라톤이라고요? 산책 아니고 마라톤 맞아요?


지원님에게 달려가 마라톤을 뛰며 느낀 소회를 요청해 봤어요. 그리고 얼마 후 받은 담백하고 멋진 에세이 한 편. 이번 주말에는 저도 좀 달려볼까 봐요.


10km 마라톤 대회의 종지부를 찍는 결승점이 눈앞에 보이는 순간, ‘다 왔으니 조금만 걸을까’ 생각했지만 다리는 계속 달리고 있었다. 그간 고작 5km 내외로만 달려봤던 터라 단거리 러닝만 하던 몸이 들통나 버린 것이다. 발목과 무릎 등 구석구석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고, 이제 그만 멈추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때쯤, 누군가 목청껏 외친 한 마디에 전력으로 질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3년 전보다 1분 빠른 기록으로 완주에 성공할 수 있었다.


“달려야 끝난다!”


성별도, 나이도, 국적도, 체형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 출발선 앞에 나란히 서서, '출발!' 하는 신호에 맞춰 양 팔을 앞뒤로 저으며 바닥에서 발을 뗀다. 그 누구도 멈추지 않고 걷거나 뛰기를 반복하며 앞을 향해 나아간다. 서로를 엎치락뒤치락 하며 승패를 알 수 없는 게임이 시작되고, 혼자 달릴 때 느끼지 못하는 이 짜릿함이야말로 마라톤 대회의 묘미가 아닐까 생각했다.


막무가내로 요동치는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숨을 일정한 간격으로 들이쉬고 내 쉬는 것 또한 잊지 않는다. 달리면서 내가 유일하게 통제할 수 있는 것은 호흡 뿐이다. 호흡이 불규칙해지면 쉽게 지쳐버리고 만다. 터널을 지날 땐, 손뼉을 치며 터널이 울릴 정도의 큰 소리로 환호성을 질러 서로를 응원하며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랜다. 나 혼자가 아닌 터널을 지나는 우리 모두가 함께인 기분. 러닝은 이기고 싶은 운동이 아니라 나누고 싶은 운동이었다.



끝으로 러닝을 포함해 삶을 대하는 마음가짐이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중 한 구절로 이 글을 마무리 하려 한다. 자신이 죽게 되면 묘비에 이렇게 새기고 싶다고 말했다.


무라카미 하루키 / 1949~20**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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